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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ture of Mental States - 사람의 감각은 뇌일까, 기능일까? 본문
누군가 말했다.
"우리는 아프지 않은 척하며 살아가지만, 그 아픔은 우리의 뇌 어딘가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라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고통'이라는 감각은 마음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뇌 세포 몇 개가 특정한 방식으로 발화하는 물리적 사건'일지도 모른다.
1950~1960년대, 영국의 철학자 J. J. C. Smart는 이런 주장에 가까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감각은 그저 뇌 상태일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누군가가 손을 데고 '뜨거워!'라고 외칠 때, 그 감각은 신비롭거나 어떤 영혼적인 것이 아니라, 'C-fiber'라고 불리는 신경이 흥분한 뇌의 물리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C-fiber의 흥분은, 당시 뇌과학 용어로 쓰임)
Smart는 '감각은 뇌 상태'라는 명제를 통해, 정신 상태는 더 이상 추상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고통, 기쁨, 분노 같은 감정들은 더 이상 설명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분석 가능한 물리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금성과 저녁별이 사실은 같은 별이었다는 사실을 천문학이 밝혀낸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감정이라고 부르던 것 역시,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사건일 뿐이라면, 이제 감정은 신비가 아니라 과학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동일성 이론은 오래 가지 못했다. 미국의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Hilary Putnam)은 이렇게 반문했다. "만약 고통이 인간의 뇌에서 C-fiber의 흥분이라면, 문어나 외계인도 반드시 C-fiber가 있어야 고통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말이다. 이 질문은 철학의 전통에 일종의 균열 같은 것을 남겼다.
Putnam은 '고통이라는 정신 상태는 특정한 물리적 구조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라고 보았다. 그는 같은 기능 ㅡ 예를 들면, 손이 베이면 회피하고, 아프다고 소리치고, 보호하려는 행동을 유도하는 것 같은 ㅡ이 수행된다면, 그 정신 상태는 인간이든 외계인이든 서로 다른 구조로도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른바, '다중 구현 가능성(Multiple Realizability)'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기능주의(Functionalism)'라는 새로운 철학적 전환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Putnam에게 정신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무엇인가'라기보다는, 어떤 입력(자극)에 어떤 출력을 유도하는 기능적 과정'으로 정의된다. 고통은, 단지 그것이 '어떤 느낌이 난다'라는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극을 받고 행동을 유도하는 과정 전체의 기능적 상태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결국,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시스템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복사하기'라는 명령은, 특정 회로에서 작동하든, 클라우드 환경에서 구현되든, 그 기능을 수행하면 동일한 역할로 받아들여진다. 정신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리적 구성 요소가 무엇이든, 기능이 같다면 같은 정신 상태로 볼 수 있다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Putnam은, 감정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뇌의 특정 위치'가 아니라, '뇌 전체의 상호작용, 또는 상황적 맥락 속에서의 기능적 연결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감정이 너무 복잡하고, 뇌는 너무 미지의 세계 같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 철학자들의 사유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듯 하다. "감정이란, 단순히 우리 안에서 '느껴지는 어떤 것'이 아니라,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기능의 일부이며, 그 기능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 시스템의 상태'이다."라고.
Smart는 감정의 실체를 물질로 고정하려고 했고, Putnam은 그 감정의 작동 방식을 기능으로 열어주었다. 이 두 사유 방식은, 감정이 단순히 '마음의 일'이 아니라, 과학과 철학, 심리와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있는 복잡한 시스템임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같다.
결국, 우리는 생각하는 기계인 걸까? 아니면 감정을 구현하는 일종의 패턴인 걸까?
그 답을 쉽게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듯 하다. '감정이든 생각이든, 그것은 우리 몸과 마음, 그리고 세계가 서로 얽히면서 작동해 온 기능의 풍경과도 같은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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