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리뷰
왜 저 사람 말만 거슬릴까? 주의 편향(Attentional Bias) 본문
우리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본다 - 주의 편향 이야기
팀 회의를 위해 한 회의실 안에 모여 앉아 있다.
그중 딱 한 사람, 얼마 전 당신과 의견 대립이 있었던 그 사람이 말을 꺼낸다.
"저는 이 방향으로 진행하면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근데 왜인지 모르게, 말투가 싹수없게 들린다.
그 말이 맞는 말이라는 건 알지만, 마음은 이미 벽을 쳤다.
심지어 회의가 끝나고 나서도 그 사람의 말투만 계속 머릿속에 재생되어 거슬린다.
마음이 간 곳에 눈이 간다
심리학에 '주의 편향(Attentional Bia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뇌는 모든 걸 똑같이 보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내 마음이 관심, 주의를 둔 쪽으로 먼저 보고, 더 자주 보고, 오래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한 사람이 '무례한 사람'이라고 마음속에 분류된 순간, 그 사람의 말과 표정, 제안, 하다 못해 옷차림까지도 모든 것이 마음속에서 필터링되기 시작합니다.
"저 사람은 오늘도 회색 옷이네. 성격대로 옷까지 무채색이야."
... 사실 옆 사람도 같은 회색을 입고 있었지만, 그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지라도.
주의 편향은 생각보다 '말 잘 듣는 뇌의 자동화 시스템'이다
주의 편향은, 사실 우리 뇌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쓰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모든 것을 주의 깊게 처리하다 보면 뇌가 과부하가 걸릴 테니, "중요해 보이는 것만 먼저 보자!" 하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외부 정보가 아니라,
나의 감정 상태, 신념, 또는 관심사 등으로부터 정해집니다.
만약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면? 치킨 광고만 보이고,
애인과 다툰 날에는? 드라마에서 다투는 장면만 귀에 쏙쏙 박히고,
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라면? 회사에서 상사의 표정 변화가 평소보다 더 잘 보이게 됩니다.
주의 편향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뭐 문제 있나?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세 가지 사례를 들어 볼게요.
1. "걔는 항상 게을러"
어떤 한 사람을 '항상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 열심히 일하거나 청소를 했던 날은 스킵, 늦잠을 자거나 느리게 행동했던 일만 유독 기억에 남게 된다.
2. "나쁜 리뷰만 눈에 보여"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한 우려가 매우 심한 경우라면, 90%가 긍정적인 피드백이어도 10%의 부정적인 피드백에만 주의가 쏠리고 그로 인해 멘탈이 휘청인다.
3. "어떡하지, 내가 뭐 잘못했나?"
인턴 전환 심사를 앞둔 신입의 경우라면, 상사가 평소와 같은 표정인데도 불구하고 자기 불안으로 팀장의 인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주의 편향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감정과 기대가 지배하는 렌즈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잘못하면 오해나 편견 등으로부터 시작되는 문제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어 때때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인간의 뇌는 에너지 효율성이 참 중요하고, 그것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객관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1. 마음의 상태 인식하기
"내가 요즘 유난히 저 사람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뭐지?"
이런 질문 하나만 던져봐도, 그 사람이 아니라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인식하고 점검해 보는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2. 한 걸음 떨어져 다시 보기
누군가와 언쟁을 하거나 싸우고 난 뒤에 후회하는 순간은, 그 상대 또는 사건에서 한 걸음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문자나 회의록을 다시 읽어보거나, 팀원의 행동을 한 주 또는 며칠 단위로 나누어 정리해 보면, 감정으로 똘똘 뭉쳐 있던 인식이 균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3. 다른 시선 빌려 보기
위의 방법으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빌려 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믿는 동료나 가족, 친구에게 "혹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 하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뼈를 때릴 줄 아는 사람을 찾아갑시다)
우리는 자기 주관 속에서 '진실'을 왜곡 또는 착각할 때가 많기에, 이러한 방법이 가장 좋은 선택일 때가 많이 있습니다.
"당신의 눈이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실제로 있는 대로 보이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대로 혹은 믿고 있는 대로 보인다."
혹시 지금 눈에 자꾸 거슬리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유난히 더 잘 보이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당신의 감정과 신념, 혹은 필요가 당신의 눈을 이끌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주의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